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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조각가- 유용환 스토리

https://www.youtube.com/watch?v=6_o0kZxFOKE&t=11s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

 

나는 4, 5년 전부터 철사 드로잉 조각을 하고 있다. 어떤 주제이든 드로잉 조각 자체를 즐기며 만들어왔다. 초기에는 일상적 삶의 형태, 그리고 자연 경관을 스케치하듯 사실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것들에 대한 감성적 접근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떨림> 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이다. “, 그 떨림” “둘이 걸었네” “무슨 소리일까?” 등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그 속에서 느낀 생명의 떨림, 이성(異性)과 함께 걸으며 느끼는 설레임의 떨림, 그리고 알고 싶은 것에 대한 호기심을 통한 떨림. 이러한 것들은 나의 작품을 통하여 분출되어져 졌다.

최근 이러한 <떨림> 작품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관조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물을 둘러싸고 있는 좀 더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공기나 물과 같은 이미 있는 것에 대한 성찰이다. 살아가면서 보이는 것에 대지나친 집착은 소중한 물, 공기처럼 좀 더 근본적인 소중한 존재에 대해 잊고 있음이다. 이것은 돌이켜보면 빗줄기” “바람결물고기 떼들의 형을 이용한 생명, 그 시작등의 작품을 하면서 예감되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 나는 철사 드로잉 조각을 통해 <보이는> 어떤 것보다 <느껴지는> 어떤 것 보다 좀 더 깊은 무엇인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한 의문과 같은 것 일거다.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에 대한 관찰. 그 것은 해체이면서 접합이고 탄생이면서 소멸이다. 사물이 존재하게 하는 그 중요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성찰을 작품 속에 더 많은 비중으로 할애하겠다는 뜻이다.

 

                                                                      2015. 5. 15

 

                                                                       작품 정리하며          유용환




왜 선조각(線彫刻 : Linear sculpture) 인가?

선조각의 범위와 그 범위 안에서 내가 하고 있는 조각은 어떤 의미 인가?

 

조각은 본래 자연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나무나 돌, 찰흙 같은 덩어리를 내부로 깎아 만든 것을 조각이라 하였다. 그러다가 동()등의 쇠붙이 재료를 이용하여 내부를 깍지 않고 외부로 붙여가는 확산형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산업의 발달로 철판 철봉 파이프 등의 대량생산된 재료들이 제품으로 생산되면서 이를 이용한 거대한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조각이 실내의 한정된 공간의 장식성을 넘어 외부환경의 한 주체로서 의미를 갖기에 이르렀다.

철선을 이용하여 만든 조각은 대량생산된 재료 중에 비교적 가볍고 다루기 쉬운 철사(鐵絲)재료를 이용한 조각을 말하는데 나는 대학시절 가끔 철사로 어떤 형상을 힘들이지 않고 만들곤 하여서인지 철사조각에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꼈었다. 그러다가 조각에 있어서의 일루젼(illusion)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대학원 논문을 썼는데 논문의 소주제(小主題)로 선조각(Linear sculpture)를 다루면서 언젠가 선조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마침 몇 해 전 독일의 북부 도시 브레멘 (Bremen)의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무거운 조각 여러 점을 가져가야하는 것을 고민 하다가 언젠가 해야겠다는 철사조각을 이제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손을 대자마자 봇물처럼 작품에 대한 열정이 분출하였다.

철사는 철로 만든 가닥에 니켈을 코팅하여 만든다. 녹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는 녹으로 부식되는 작품을 원하지도 않았지만 부식도 안되고 광택이 나는 스테인레스 스틸 선이 맘에 들었다. 만들기 힘들고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변형이 되질 않는 강철이기에 맘에 들어 이 재료로 지금까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스테인레스 스틸 선재(線材)를 다루면 묘한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철선으로 인체의 형상을 만들면 흙으로 만들 때보다 빈 공간이 많게 되는데 이 빈공간이 심리적으로 채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각심리학에서는 터널효과라고 하는데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체의 많은 덩어리가 철선에는 없지만 그 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상상되어 단순한 선()만으로도 인체의 여러 포즈와 표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작업인가.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리는 드로잉은 평면이지만 철선으로 만든 입체드로잉은 어떤 방향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니 하면 할수록 그 새로운 표현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다.

그 뿐 만 아니라 요즈음에는 그 표현 주제(主題)도 확산되고 있다. 인체 의 묘사나 표현 뿐 만 아니라 일상(日常)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주제로 활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클래식(classic)한 누드 크로키 같은 작업뿐 아니라 일상의 그림일기나 만화(漫畵)처럼 생활 속의 이야기를 패러디(Parody) 하고 가십(Gossip)화하여 내 일상 경험의 생각과 감정을 작품에 녹아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일상생활의 스케치적인 작품과 더불어 자연의 현상(現象)도 작품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빗줄기나 물속의 생명체의 군무(群舞) 같은 자연의 꿈틀거림을 철선이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가고 있다. 이 작품의 끝은 어디일까 물으며 부지런히 몰두하고 있다.

지금의 내 가슴은 커다란 벽과 천정에 그리고 넓은 바닥에 펼쳐지는 작품을 상상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매일매일 새벽 산책길에 앞으로 해야 할 메시지를 누군가 나의 가슴에 머리에 끊임없이 전해줌을 느낀다. 이것이 메시아인가?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을 제공받는 것에 감사한다. 그 흔적을 남기기 위해 스스로 강렬한 도구가 될 것을 다짐하면서.

 

2012. 9. 17

                  유용환